중국이 미국의 중앙은행..포천
중국은 이제 '세계의 공장'이 아니라 '미국의 중앙은행'이라고 불려야 한다.
1조2000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갖고 있는 외환보유액중 약 6000억 달러가 달러표시 채권이다. 중국이 이 채권
을 일시에 처분한다면 미국은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국은 미국의 중앙은
행인 셈이다.
중국은 외환보유액을 좀 더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싱가포르 투자공사 테마섹을 모
델로 투자공사를 만들었다. 운용규모는 약 30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테마섹의 3배
, 세계 최대 헤지펀드의 10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운용방식에 대해선 전혀 알려져 있
지 않다. 포천은 2일 공사의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세계 금융시장의 지형도가 크게 바뀔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라고 전했다.
너무 많아서 문제
지난 3월말 기준으로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1조2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지난 1분기에만
1360억달러의 외환이 새로 유입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배 많은 수치다.
주범은 무역흑자와 외국인직접투자(FDI) 자금이다. 인위적인 위안화 저평가가 근본원
인이다. 위안화 저평가로 수출이 급증하고 위안화 절상 기대로 투기자금이 유입됐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금융정책은 불태화정책으로 요약된다. 급속한 위안화 절
상을 막기 위해 달러화를 사들인 후 시중에 풀린 위안화는 국채발행을 통해 다시 회수
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인플레이션을 통제한다. 실제 중국의 실질 경제성장률은 5분기 연속 10%를
넘었지만 인플레이션은 3%대에 불과하다. 70년대 한국의 상황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채권발행이 늘어나면 금리는 오르게 된다. 하지만 그렇잖아도 과잉투자에 시달리는 중
국에서 금리 상승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더구나 인민은행은 시중 은행의 대출금리
와 예금금리를 직접 통제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외환보유액의 적정성 여부는 절대금액으로만 가지고 판단할 수 없다. 나라마다 경제규
모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국제통화기금(IMF)의 기준으로도
과도한 수준이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의 애널리스트 제임스 맥코맥에 따르면 2005년 말 기준 중국의 외
환보유액은 단기 외채의 9배, 한달 수입액의 14배에 달한다. IMF는 3개월치 수입액에
해당하는 외환보유액을 적정 수준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러한 막대한 외환보유액은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중국인들
은 외환보유액을 사용해 학교와 병원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외환보유액의
운용 수익률이 너무 낮다는 불평도 나오고 있다. 후자의 비판을 수용한 것이 바로 공
사의 설립이다.
국가외환투자공사, 상어냐 잉어냐
중국 정부의 공사 설립안은 단숨에 세계 금융시장의 화두로 떠올랐다. 스탠다드차터드
은행 이코노미스트 스테펜 그린은 "바다에 새로운 어종이 출현한 셈"이라며 "사나운
상어가 될 지 아름다운 잉어가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사가 거대
한 덩치를 배경으로 세계금융시장을 움직일 것이라는 점에 대해선 의문이 없다고 덧붙
였다.
공사 설립의 첫번째 목적은 외환보유액의 다변화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중국은 최소
5800억달러의 미국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3500억달러는 미 재무성 채권, 2300
억달러는 미 정부보증채권이다.
공사의 주 투자처로 시노펙,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 등 에너지 기업을 꼽는 견해
가 현재로선 가장 유력하다. 중국 정부가 최근 석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사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홍
콩의 저명한 중국경제 연구기관인 China Economic Quarterly 의 편집장인 아서 크로에
버 "미 재무성 채권 만큼 유동성이 풍부하고 안전한 자산은 좀처럼 찾기 어렵다"고 말
했다.
또 CNOOC의 유노칼 인수 계획이 미국내 반대여론에 부딪혀 좌절된 사례에서 볼 수 있
듯이 공사가 직접 개입할 경우 상대국의 반발을 살 가능성이 높다는 게 크로에버의 지
적이다.
中 외환, 미국에 부메랑 될까
중국의 막대한 외환보유액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는 비판도 끊임없이 제기되
고 있다. 중국이 미 재무성 채권을 무역 및 외교정책 분쟁 시 무기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경우 중국도 그에 상응하는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미 국채를 투매할 경우
세계 최대 소비국인 미국의 경기침체를 유발, 자국경제까지 붕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도 지난 3월 이러한 미국내 여론을 의식한 듯, "공사의 설립은 달
러화 표시 자산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얼마 전 리처드 셀리(알라바마 주)상원의
원에게 같은 취지의 편지를 보냈다.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재무성 채권 규모는 미국
전체 신용시장의 일부분에 불과하기 때문에 큰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버냉키
의 입장이다.
하지만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지금 이 순간에도 무서운 속도로 쌓이고 있다. 그린 이코
노미스트에 따르면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한달 평균 200억달러씩 늘어난다. 크레딧 스
위스 이코노미스트 통 다오는 내년 말께 2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다음달 중국 우 이 부총리의 미국 방문이 세간의 이목을 끄는 것도 이 때문이다.
헨리폴슨 재무장관은 중국의 외환보유액 문제를 집정 거론할 예정이다.
김능현기자 nhkimc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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