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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02.03(화) 23:41
재벌-정계-언론 혼인동맹 기득권 재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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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지그룹] 거대한 거미줄 재계 혼맥의 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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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 구인회씨 '통혼을 경영하듯'
4대 걸쳐 권세.재력가와 전방위 결합
엘지그룹은 한국 상류사회 혼맥의 핵심으로 불릴 만하다. 삼성, 현대, 에스케이, 효성, 한진, 두산, 대림, 금호, 한일, 벽산 등 국내 굴지의 재벌가문은 물론, 정·관계 및 학계 쪽으로도 거대한 혼맥을 형성하고 있다.
이런 방대한 혼맥의 이면에는 ‘통혼을 경영하듯 했다’는 고 구인회 창업주의 독특한 ‘통혼관’이 있다. 재산이 별로 없던 집안의 장남이었던 그는 불과 14살 때 옆집 천석꾼의 딸인 허을수씨(당시 16살)와 결혼하는 ‘모범’을 보였다. 이후 구 회장은 자녀들을 출가시키면서 힘이 닿는 한 당시 최고의 재력가나 권세가, 명문가를 찾아 사돈을 맺었다. 자손이 많은 집안이라는 것도 엘지가 재계 혼맥의 핵으로 떠오른 이유다. 구 회장 형제들의 자손이 4대까지 내려오면서 직계가족만 100여명에 이른다.
엘지가 가장 역점을 둔 것은 재벌과의 사돈맺기이다.
정·관계 쪽으로는 구 회장의 동생 태회·두회씨가 딸을 이계순 전 농림부 장관과 김택수 전 공화당 원내총무 집안으로 출가시킨 것과 김태동 전 보사부 장관의 딸(김영식)을 장남 자경씨의 맏며느리로 맞아들인 것 정도다. 또 구 회장의 동생 철회씨는 장녀 위숙씨를 경남 진양의 대지주 허만정씨 집안과 사돈을 맺었다. 지방의 큰 재력가였던 허씨 집안은 당시 구씨 가문 못지않게 화려한 혼맥을 형성하고 있어, 박정희 전 대통령과는 세 다리, 노태우 전 대통령과는 다섯 다리 건너 사돈지간이 된다.
구 회장의 3남 자학씨는 1957년 이병철 삼성 회장의 둘째딸을 부인으로 맞았다. 당시 국내 재계는 삼성과 락희(엘지의 전신)가 양분하던 때였다. 당시 재계 1위였던 현대와는 1996년에야 맺어졌다. 정주영씨의 손자 일선씨와 구태회 엘지전선 명예회장의 손녀 은희씨가 결혼한 것이다.
삼성가로 장가간 자학씨의 차녀 명진씨는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회장의 며느리로 들어갔다. 명진씨는 조 회장의 4남 정호(메리츠증권 회장)씨와 결혼했다. 박두병 두산그룹 창업회장의 조카 용훈(두산건설 부회장)씨는 고 구태회 엘지 창업고문의 4녀 선희씨와 결혼했다.
이밖에 구인회 회장의 동생 고 철회씨의 손녀 문정씨는 고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주의 손자 재영씨와 결혼하는 등 대부분의 자손들이 평범한 집안과 결혼한 사례가 드물만큼 당대 최고의 재력가나 명망가 집안과 사돈을 맺었다.
이런 관계는 사업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엘지는 사돈기업인 극동도시가스의 지분을 인수해 도시가스 사업에 진출했다. 반면 사돈지간이라고 해서 모두 사이가 좋지만은 않았다. 대표적으로 1968년 삼성이 당시 금성사(현 엘지전자)가 독점하다시피 하던 가전시장에 뛰어들자 양가의 관계가 벌어졌고, 현재도 최고의 라이벌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그룹과는 ‘반도체 빅딜’로 한때 ‘원수지간’이 되기도 했다. 박효상 기자 hspark@hani.co.kr
[현대그룹] 3세들 재벌가 혼인 두드러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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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회장, 전 신한해운 딸.외가는 전방
김석원씨 아들.엘지창업주 조카 한식구로
고 정주영 명예회장부터 시작되는 ‘범현대가’의 혼맥은 다른 그룹에 비해 소박한 편이다. 정 명예회장은 정략결혼을 싫어하고 자식들 결혼만큼은 본인들의 의사에 맡겼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3세로 내려오면서 재벌가와의 혼인이 눈에 띄게 늘어난다.
정 명예회장에겐 8남1녀의 자식과, 7명의 동생(남자 6명, 여자 1명)이 있다. 직계 자식 중에 눈에 띄는 결혼을 한 사람은 5남 고 정몽헌 회장과 6남 정몽준(54) 현대중공업 고문 정도다. 다섯째 며느리인 현정은(49) 현대그룹 회장의 아버지는 현영원 현대상선 회장으로 결혼 당시 신한해운 회장이었다. 어머니 김문희 용문학원 이사장은 김용주 전방(전 전남방직) 창업자의 외동딸로 김창성 경총 회장과 김무성 한나라당 의원이 남동생들이다. 여섯째 며느리인 김영명(48)씨는 김동조 전 외무장관의 막내딸이다.
조카들 중에서는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장녀인 숙영(45)씨가 노신영 전 국무총리의 장남 경수(50)씨와 결혼했다. 또 정상영 케이씨씨(금강고려화학) 명예회장의 둘째아들 정몽익(42) 금강고려화학 부사장이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여동생인 신정숙씨의 딸 최은정(41)씨와 결혼했다.
3세 중에서는 정주영 회장의 장남 몽필(작고)씨의 둘째딸인 유희(31)씨가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의 아들인 김지용(31) 용평리조트 상무와 결혼했다. 차남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외동아들 정의선(34) 기아차 부사장은 중견 철강회사였던 강원산업 정도원 부회장의 맏딸 지선씨와 혼인했다. 강원산업은 2000년에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아이앤아이(INI)스틸에 합병됐다. 정몽구 회장의 세 딸은 비교적 평범한 집안과 결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4남 몽우씨의 장남 정일선(34) BNG스틸 부사장은 구인회 엘지그룹 창업주의 조카인 구자엽 희성전선 부회장의 딸 구은희씨와 결혼해 현대가는 엘지가와도 사돈인연을 맺게 됐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롯데그룹] 직계보다 형제자매쪽 '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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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직계보다 형제자매쪽 '화려'
신격호회장, 일본재벌가서 며느리 맞아
동생들 현재.한진.태평양.조양상선과 혼사
제과와 호텔, 백화점 등을 핵심 사업으로 거느린 롯데그룹도 무시못할 혼맥을 형성하고 있다. 2남1녀를 둔 신격호(82) 회장 직계의 가계도는 비교적 간단해 보이지만, 동생들에 의해 번져나간 재계 혼맥은 매우 두터운 편이다.
우선 신 회장의 차남 동빈(49)씨는 19년 전 일본의 대형 건설회사인 다이세이건설 부회장의 딸 마나미와 결혼했다. 그의 아내는 일본 황실의 며느리 물망에까지 올랐던 귀족 집안 출신이고, 당시 결혼도 후쿠다 전 수상이 주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41년 일본으로 건너가 제과사업으로 부를 일으킨 신 회장이 수십년간 일본의 정·관계에 쌓아온 인맥의 결정체인 셈이다. 롯데 부회장인 동빈씨는 현재 롯데닷컴과 코리아세븐의 대표이사도 맡고 있다.
재미교포 조은주씨와 결혼한 장남 동주(50)씨는 제과와 식음료 사업이 주력인 일본 롯데를 경영하고 있고, 장녀 영자(62)씨는 롯데쇼핑 부사장을 맡고 있다.
신 회장의 둘째 동생인 신춘호(72) 농심그룹 회장은 모두 5명의 자녀를 뒀는데, 태평양과 조양상선 등 재계 일가와 혼인시키면서 연이어 사돈으로 연결된다. 차남 동륜(45)씨는 김진만 전 국회부의장의 셋째 딸인 희선(44)씨와, 차녀 윤경(36)씨는 서경배(41) 태평양 사장과 각각 결혼했다.
신 회장의 셋째 여동생인 경숙씨의 장남 기택(46)씨는 정일영 전 국회의원의 장녀 형은(43)씨와 결혼했다.
롯데는 또 신 회장의 넷째 여동생인 정숙씨를 통해 현대와 한진그룹과도 사돈 관계를 맺었다. 장녀 최은영(39)씨는 한진해운 창업주 조중훈 명예회장의 3남 수호(50)씨와 결혼했다. 수호씨는 지난해 한진해운 회장직에 올랐다. 차녀 최은정씨의 남편 정몽익(42)씨는 정상영 케이씨씨(금강고려화학) 명예회장의 둘째 아들이자 부사장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형제간에 사업 교류가 전혀 없고, 신 회장 직계로 보면 정계와도 연결이 안돼 있는데 특별한 시선으로 바라보는게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삼성그룹] 언론계와 2대에 걸쳐 사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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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큰딸 회사원과 결혼 이례적
이병철씨 자녀 9명중 5명 정.재계쪽
재계 1위인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일가의 혼맥은 재벌가로부터 언론사주와 평범한 서민층에 이르기까지 폭이 넓고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이 회장 본인은 법무·내무장관을 지낸 홍진기 전 중앙일보 회장(작고)의 장녀인 홍나희씨와 결혼했다. 이 회장은 1남3녀를 두었는데, 막내 딸을 빼고는 모든 결혼했다. 장남인 이재용(36) 삼성전자 상무는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딸인 세령씨와 결혼했다. 둘째 딸인 이서현(31) 제일모직 부장은 동아일보 사주인 김병관 회장의 차남인 재열씨와 결혼했다. 재열씨는 올초 제일모직 상무로 초고속 승진했다. 이 회장은 일반적으로 언론사주와 직접 통혼하는 것을 꺼리는 다른 재벌가와는 달리, 2대에 걸쳐 사돈관계를 맺었다. 반면 장녀인 이부진(34) 호텔신라 상무보는 에스원의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임우재씨와 결혼해 화제가 됐다.
이 회장의 부친인 삼성의 창업주 이병철 회장은 모두 4남6녀의 자녀를 두었는데, 거미줄같이 얽히고 설킨 재계와 정·관계 사이의 혼맥을 통해 국내 거의 모든 재벌 및 권문세가와 관계를 맺었다. 장녀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은 영남지방 대지주의 아들인 조운해 전 고려병원 이사장과 결혼했다. 네째딸 덕희씨의 남편인 이종기 전 삼성화재 부회장도 대지주 집안 출신이다. 장남인 맹희씨는 손영기 전 경기도지사의 딸인 손복남씨와 결혼했다. 다섯째 딸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남편인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은 4·5대 국회의원을 지낸 정상희씨의 아들이다.
같은 재벌가와 결혼한 것은 차녀인 이숙희씨이다. 숙희씨의 남편은 구인회 엘지그룹 창업주의 세째 아들인 구자학 아워홈 회장이다. 이병철 회장과 구인회 회장은 보통학교를 함께 다닌 죽마고우이다. 하지만 삼성이 68년 엘지(당시 럭키금성)가 독점해온 전자부문에 뛰어들면서 숙희씨 부부는 어려운 처지에 빠지기도 했다. 차남인 이창희 전 새한그룹 회장과 네째 아들 태휘씨, 여섯째 딸 혜자씨는 모두 일본인과 결혼했다. 세째 딸인 순희씨는 대학교수와 결혼했으나 이혼했다. 삼성그룹은 “과거에는 결혼을 통한 정경유착 사례가 있었지만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며 재벌혼맥에 대한 세간의 관심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정치권] 노태우씨 SK.신동방과 사돈
박정희씨 풍산.벽산, 전두환씨 대한제분과
노신영 전총리.김동조 전외무 현대등과 '가약'
정치권 인사들도 위로는 대통령에서부터 국무총리, 장·차관까지 재벌들과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둘째딸 근영씨를 풍산그룹 류찬우 창업주의 장남 류청씨에게 시집보냈다. 이 둘은 나중에 헤어졌다. 벽산그룹과도 사돈관계인데, 박 전 대통령의 형 박상희씨의 딸 설자(59)씨가 박 전 대통령 집권 당시인 1972년 벽산그룹 창업주의 둘째아들 김희용(62) 동양물산 회장과 결혼했다. 박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김종필 자민련 총재는 딸 예리(53)씨를 이원만 코오롱그룹 창업주의 차남 이동보(55) 코오롱TNS 회장과 결혼시켰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3남 전재만씨는 한국제분 이희상 회장의 장녀 이윤혜씨와 결혼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과 에스케이그룹은 대표적인 정치권과 재벌의 혼맥으로 꼽힌다. 노 전 대통령의 장녀 소영(43)씨가 최종현(작고) 에스케이그룹 회장의 장남 최태원 에스케이㈜ 회장(44)과 결혼해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노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도 신명수 전 동방유량(신동방으로 바뀜) 회장의 장녀 정화씨와 결혼했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효성과 사돈관계를 맺고 있다.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의 차남인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차남 조현범 한국타이어 상무(32)가 셋째 사위(3녀 이수연씨의 남편)다.
노신영 전 국무총리는 3명의 자식을 재벌가와 혼인시켜 눈길을 끈다. 장남 경수씨는 현대가 정세영 회장의 큰 딸과, 차남 철수씨는 삼성가의 사돈인 홍진기가의 차녀와, 차녀 혜경씨는 류진 ㈜풍산 회장과 결혼했다. 김동조 전 외무부 장관도 3녀 영자씨를 엘지가문의 허광수(58) 삼양인터내셔널 회장과, 4녀 영명씨는 정몽준 현대중공업 고문과 결혼시켜 엘지, 현대와 모두 사돈관계를 맺고 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언론계] 조.중.동, 삼성과 핏줄나누기
동아, 이건희회장 둘째딸 며느리삼아
조선쪽 롯데.효성.이명박 시장과 사돈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거대 신문사들의 재계 혼맥은 삼성그룹과 직·간접적으로 닿아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우선 이건희 삼성 회장이 중앙일보 홍진기 전 회장의 장녀인 나희씨와 결혼했다. 홍 전 회장의 차녀 나영씨가 노신영 전 국무총리 차남 노철수씨와 혼사를 맺으면서 연결된 중앙일보 혼맥은 노 전 총리로부터 현대 정주영 전 명예회장, 김동조 전 외무장관,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까지 연결된다. 허 회장의 장녀 유정씨는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장남인 준오씨와 백년가약을 맺어, 중앙일보에서 삼성을 거친 혼맥이 조선일보까지 연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건희 회장의 차녀가 동아일보 김병관 명예회장의 차남과 혼인을 한 것까지 포함하면, 삼성과 3개 신문사의 혼맥도가 완성된다.
참여연대쪽은 전체 혼맥도를 보는 3번째 관점의 핵으로 조선일보를 제시하기도 한다. 조선일보 역시 태평양, 롯데를 거쳐 조양상선, 김치열 전 내무부 차관, 대전 피혁, 효성그룹을 거쳐 이명박 현 서울시장의 자제에게 연결되어 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경제프리즘> 재벌간 혼맥구조는 기득권 재생산의 통로
백영현 (참여사회연구소 연구위원, 경제학 박사) 2004-02-16
최근 (사)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사회 지도층 혼맥도’를 작성, 발표하여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 연구작업에 참여했던 백영현 연구위원이 월간 '참여사회' 2월호에 기고한 글을 싣는다. 편집자 주
아주 오래 전이나 지금이나 돈과 권력은 모든 사회의 최고의 가치였던 것 같다. 논어 리인(里仁)편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부와 귀는 모든 사람이 원하는 바이지만, 정도로 얻은 것이 아니라면 머물지 말지니라.” 참 멋스러운 말이다. 군자의 용모가 보이는 듯하다. 그러나 부의 무한축적이 하나의 구조처럼 자리잡은 자본주의 시대에 이런 경구는 왠지 지나치게 도덕적이어서 공허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근자에 학술진흥재단의 기초학문육성사업 일환으로 ‘한국의 재벌’을 연구하는 (사)참여사회연구소 재벌연구팀은 인하대 산업경제연구소와 공동으로 ‘재벌연구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 ‘52개 재벌가의 친인척과 3000여 명의 정관계 지도층’을 대상으로 ‘한국사회 지도층의 혼맥도’를 조사했다. 대중매체를 통해 발표한 이 ‘재벌의 혼맥도’가 제법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어느 나라든 상류계층간의 통혼은 일상적인 문화현상의 하나인데 그것이 무슨 중요한 성과라고 호들갑을 떠느냐는 비판을 하는 사람도 있고, 그것을 사생활침해라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또 표면적인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이면에 은폐된 전통적 계급사회의 구조를 밝혀주는 쾌거라고 칭찬을 마지않는 사람도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거의 모든 매체에서 제법 중요하게 다루고있지만 유독 조선.중앙.동아일보만은 함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대표적인 혼맥도에 그들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있기 때문이니 이해할 수 있겠다.
재벌연구팀에게 혼맥연구는 실질적으로는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상이한 두 반응은 엄격하게 말하자면 연구팀의 주된 관심사도 아니다. 다만 수많은 연구주제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는 주제일 뿐이다. 혼맥도를 공개한 시점도 연구진행계획상 사전에 의도된 것이 아니었다. 혼맥연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방송매체가 기획하고 있던 신년 프로와 맞아떨어졌을 뿐, 특별한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님을 밝혀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역사적으로 구축해 온 인적 네트워크
이제 사설은 접어두고, 혼맥연구의 목표에 대한 간략한 언급을 시작해보자. 재벌연구팀의 연구목적은 한국재벌에 대한 수량화된 기초자료 수집을 제1목표로 하고 있다. 탄탄한 기초자료가 확보된 위에서 분석이 의미를 가질 수 있으며, 재생산될 수도, 축적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 개별 연구자는 많아도 연구를 위한 기초자료를 체계적으로 모으는 데는 모두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연구팀은 수량화된 자료를 최대한 정리하면서도, 수량화되지 않는 어쩌면 가장 중요한 요소들에 대한 정리도 불가피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즉, 재벌들이 역사적으로 구축해온 인적 네트워크가 그것이다. 그리고 재벌들의 인적 네트워크를 가장 잘 표현해주는 것이 혼맥연구다.
혼맥연구는 재벌.정계.관계.언론계의 사슬에서 가장 분명한 하나의 요소이다. 그 사슬은 매우 복잡할 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를 띨 수 있고, 확인 불가능한 정보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혼맥으로 연결된 고리만큼은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한 부분이다. 물론 부와 권력의 복잡한 망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물증이 없는 자료들도 필요하겠지만, 그러한 자료들은 너무 임의적이고 자의적인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십거리는 될 수 있어도 연구대상이 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그럼에도 과거 정경유착이 한국경제의 큰 틀을 좌지우지하던 시기, 혼맥이 가지는 의미는 지대하다고 할 수 있다. 각종 주요 산업에 대한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밝혀진 선정 주체와 대상 사업자, 그리고 그 이면에 깔린 혼맥관계는 과거사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재벌들의 성장과정, 사업확장과정을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끝으로 오늘날 포괄적 의미에서의 권력계층이 자의적으로 권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오해가 제법 팽배해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도 흥미롭다.
시대 흐름에 따른 정략결혼의 추이
지금까지 진행된 혼맥연구의 내용에는 흥미로운 점이 있다. 혼맥의 특징에 대한 시기구분이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분석결과 1960~1970년대에는 재계와 정계사이의 정략 결혼이 대세였으나 세대를 거칠수록 재벌끼리의 결혼이 늘어났고 특히 IMF 이후는 재벌 3세대간의 혼사가 증가하는 추세로 특히 90년대 들어서는 이러한 변화가 뚜렷하게 포착된다.
또 연령별 혼인 상대는 20~30대는 정.관계 16%, 재계 60%, 40대는 정.관계 14%, 재계 37%, 50대는 정.관계 23%, 재계 29%, 60대는 정.관계 13%, 재계 26% 등으로 나타났다.
재벌가의 일원이 소위 지도층 아닌 사람과 결혼한 비율은 20~30대 13%, 40대 27%, 50대 33% 등으로 재벌가 일원과 보통사람과의 혼사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이다.
이러한 변화의 의미는 우선 한국사회에서 경제영역의 독자성이 문민정부 이후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과도 맥을 같이한다. 물론 최근 대선불법자금의 천문학적 규모를 볼 때, 과거의 관행이 존속되고 있음을 부정하기는 어렵지만, 분명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어느 정도 불확실성을 감안해야겠지만, 90년대 재벌과 정.관계의 혼사는 적극적 의미보다는 소극적 의미가 더 크다고 추론해볼 수 있다. 즉, 혼맥관계를 통해 적극적으로 지대를 추구한다기보다는 방어적 함의가 더 크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한국사회의 포괄적 의미에서 권력을 행사하는 집단들간의 통혼이라는 좀더 보편적인 형태가 강화되고 있다.
한국 재벌 지배력의 힘은 탄탄한 인맥구조
다음으로, 포괄적 의미에서의 권력층간의 통혼이 일반화되면서, 한국사회에서 일종의 지배계층이 나름대로 고착화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흔히 한국사회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역동적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역동성이 한국사회의 빠른 성장의 원동력이고 한다. 역동성 개념은 다의적이지만, 계층간 이동이 상대적으로 활발하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그렇다면, 지배계층의 고착화 현상은 한국사회의 역동성을 둔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IMF 이후의 계층간 소득불균형 심화는 한국사회의 통합에 큰 장애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전망이 어느 정도 개연성을 가지고 있다면, 기업지배구조개선문제는 단순한 기업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경제 전체적인 활력을 좌우하는 중대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들만의 혼인’이라는 다소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문구가 일반인들의 분노를 자아낼 수도 있지만, 이제 그것은 엄연히 하나의 사회문화현상으로 일상화되고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경제학자 마샬(A. Marshall)은 오래 전에 기업의 생명력이 경영세습을 타파하고, 끊임없이 유능한 피고용자를 전문경영인으로 흡수하는데서 나온다고 설파했다. “한 세대가 완전히 지났을 때, 과거의 전통이 더 이상 안전한 지침이 아닐 때, 그리고 과거의 직원들을 단결시켰던 결속이 해체되었을 때, 그 사이에 회사의 파트너로 등장한 새로운 사람들에게 사업 경영이 실질적으로 넘어가지 않는다면, 사업은 거의 필연적으로 박살이 날 것이다.” 이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매우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끝으로, 혼맥연구 과정에서 한 가지 특기할 만한 점이 있다면, 한국의 3대 중앙일간지들이 모두 핵심재벌과 그리고 정계, 관계와 혼맥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간단한 예로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이 중앙일보 홍진기 회장의 차녀와 결혼한 것에서부터 노신영 전 국무총리, 현대그룹, 김동조 전 외무부장관, LG그룹을 거쳐 결국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장남에게로 연결되는 구조이다. 또한 이한동 전 국무총리와 동아일보와도 혼사로 연결되어 결국 삼성을 중심으로 ‘조-중-동’ 주요언론3사가 모두 연결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다르게 조선일보도 태평양, 롯데(농심), 조양상선, 김치열 전 내무부 차관, 대전 피혁, 효성그룹을 거쳐 이명박 현 서울시장의 자녀에게 연결된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은 아주 놀랄만한 것이다. 재벌이 가장 중요한 힘의 원천인 정계, 관계, 언론계를 전략적인 혼인관계로 연결하고, 그것을 통해 한국사회에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었다면, 오늘날 한국재벌의 부정적인 측면에서의 독보적 특이성은 쉽게 이해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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